언제부터인가

시계 소리가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조금 거슬릴 정도였는데,

갈 수록 그 소리는 커지고

난 잠을 못 자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난 솔직히 태평한 성격 탓

밤에 잠을 못 자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똑딱똑딱 따위...

이런 시계 소리 따위는

내 잠을 방해하지 못 했다.

심지어 공포 영화나

무서운 이야기도

내 잠을 방해하진 못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더라?

언제부터인가

이 시계 소리가

심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였더라...

그렇지.

아마도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두 달쯤 지나고 부터였던 것 같다.

회사를 나올 때만 해도

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투잡을 뛰었던 덕분일까?

솔직히 난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그런 데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자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일은

계절을 타는 데다가,

어떤 달은 엄청 벌고

어떤 달은 정말 못 버는

그런 일이었다.

말하자면 프리랜서.

한국어로 굳이 고치면

'슬픈 그 이름 비정규직' 정도 될라나?

 

 

 

그렇게 근근히 살면서 

다섯 달 정도가 흘러 있었다.

난 오늘도 잠들지 못한 체

시계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 새벽 2시에 웬일이지?

 

"여보세요?"

 

"서아?"

 

목소리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시더라?

누군데 내 이름을 알지?

내가 한참 말이 없자

그 쪽에서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렀다.

 

"저기... 김서아씨 핸드폰 아닌가요?"

 

난 그 때서야 목소리를 기억해냈다.

 

"아, 이모부..."

 

거의 연락도 없던

이모부의 전화.

그냥 마주치면

인사나 하던 이모부였다.

왜 전화를 하셨지?

그것도 이런 새벽 시간에?

분명 좋은 일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기...

유진이가 병원에 있다..."

 

"네??"

 

난 너무 얼떨떨해서 반문했다.

유진이는 이모의 딸이었다.

유진이가 뭐?

 

"유진이가...

오늘 내일 하니까

네가 좀 병원에 와줬으면 해서.

친자매처럼 지냈잖아.

지금 서울 00 병원에 있는데......"

 

"네???"

 

이모부께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내일 하다니?

나보다 7살이나 어린 애가

무슨 일로 오늘 내일 한단 말인가?

이 주 전까지만 해도 

나랑 즐겁게 통화하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게 무슨 말이죠?

거짓말이죠, 이모부?

갑자기 전화 와서는 그게 무슨...

웃기는 소리하지 말아요!"

 

"서울 00 병원이다.

자세한 얘기는 오면 해주마."

 

그리고서는 뚝 전화가 끊겼다.

난 그 뒤로도 멍하니

한 20분 정도를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얼른 옷을 입고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다.

 

 

 

사고였다.

교통 사고.

갓 면허를 딴 후, 

운전 연습한다고

혼자 나갔다가 당한 사고였다.

이모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난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늘이 고비라니까

가서 면회나 하고 와라...

어차피 뇌사상태라

아무 것도 인식 못 하겠지만

좋은 말이라도 해주고......"

 

이모부의 말에 난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유진이가 왜 죽는단 말인가?

아직 한창 젊음을 느낄 20대의 나이에

왜 죽는단 말인가?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때 도착한 다른 이모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이모와 함께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유진이는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 있었다.

다행히 얼굴 쪽은 별 이상이 없지만

장기랑 척추 등 온 몸이 엉망이라고 했다.

보자마자 엉엉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신기하게도 오열할 만큼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냥 눈물이 났다.

난 유진아 고마웠어, 잘 가.

편안히 가고, 나중에 봐.

라고 멋지게 말해주고 싶었다.

근데 유진이는 아직도 숨을 쉬고 있었다.

산소호흡기 덕분이긴 했지만

그녀는 숨을 쉬고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걷어내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규칙적인 숨을 내쉬는 유진이를 보며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유진이는 그 다음날 죽었다.

병원에서 완벽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산소호흡기를 떼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는 화장을 하기로 합의를 봤다.

화장터까지 따라가

2시간 동안 화장하는 걸 기다리고

가루가 되어 흰 종이에 싸인,

여적 뜨거움이 남아있는 유골을 만지며

나는 또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먼저 가는 경험을...

이 나이에 하다니......

참 이기적이게도

유진이가 불쌍한 게 아니라

내가 더 불쌍했다.

인간은 어쩜 이리 끝까지 이기적인가?

그러면서 또 하나 후회했다.

유진이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그 옷을 가지고 올 걸 그랬나...

같이 태워달라고 했으면 태워줬을까?

뭐라고 난 그 옷을 유진이한테 안 줬을까?

어찌되었건 유골은

평소 유진이가 좋아했던 산에 뿌려졌다.

 

 

 

그 일이 있은 후,

이상하게도 난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갑자기 인생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 때부터 시계 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게 되었다.

유진이가 생각나 눈물을 쏟다

늦게 잘 때도 종종 있었지만

시계 소리 때문에 잠을 늦게 잔 건 아니었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옛말을

난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당해보니 그게 맞았다.

난 이제 시계 소리도 신경쓰지 않고,

내 일도 걱정하지 않고

밤에는 잠만을 생각하며

잠들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그 순간 충실하지 않으면

그게 다 후회가 될 테니까...

그런 식으로 갑자기 올 수도 있는 죽음을

맞을 수는 없으니까......

 

 

 

 

 

 

 

 

 

 

 

 

 

 

 

 

 

 

by 검은괭이2 2013.12.10 09:00
  • 2013.12.10 10:4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3.12.10 22:2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스토니 2013.12.11 01:56 ADDR EDIT/DEL REPLY

    새벽에 괭이님 글보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 daz 2013.12.11 13:21 ADDR EDIT/DEL REPLY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분들도 기운 내시길 바래요ㅠㅠ....

  • 2013.12.11 22:5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안타까움 2014.03.05 18:05 ADDR EDIT/DEL REPLY

    웹툰중에 죽음에관하여란 정말 다시생각해보게 하는 그 웹툰(책으로도나왔죠..)을 말씀하시나싶어서봤는데 읽다 코가찡하네요..유진언니좋은곳 가시길..

  • 코코리 2014.08.28 17:54 신고 ADDR EDIT/DEL REPLY

    인간은 정말 나약한 존재인듯요.. 시계소리때문에 잠조차 못이루던 사람이 환경변화에 의해 자신을 보호하려고 본능적으로 변하게 되는걸 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