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자리(수호성:화성, 수호신:아레스, 3/21 ~ 4/20)
게자리(수호성:달, 수호신:아르테미스, 6/22 ~ 7/23)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므로
그저 즐겨주시기만을 부탁드린다.>
난 아직도 그 4월의 어느 날을 잊지 못한다.
벚꽃이 만개하며
휘날리던 그 날을...
그 엄청난 분위기 속에서
난 그녀에게 어이 없는 고백을 받았다.
"나랑 사귀자."
"뭐?"
난 당황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도무지 상황 판단이 안 된다.
"나랑 사귀자니까."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난 정말 놀랐다.
물론 분위기 자체가
나쁘진 않았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막 고백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알았는데
내가 모른 척 하는 걸 수도 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좋아.
그럼 우선 이걸 물어볼게.
내가 좋아, 싫어?"
난 그녀를 좋아했다.
물론 당신들도 아는 그 감정으로.
인간적으로 그녀는
상당한 매력이 있었다.
밝았고
쿨해 보였고
결정도 빨리빨리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아니야.
그 질문은 잘못된 것 같아.
난 네가 좋아.
하지만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게
그건 내가 너를 이성으로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좋아.
그럼 두 번째 질문."
그녀는 내 말을 싹 무시했다.
"나랑 한번 데이트 해보고 싶어, 아니야?"
아, 정말 미치겠네...
이걸 어쩐다?
난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고백을 뭐 이렇게 쑥스럽지 않게 하지?
내가 그동안 받아왔던 고백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니까
너랑 만나서 노는 건 좋지.
그러니까 오늘 만난 거잖아.
하지만 이게 데이트라고는..."
그러자 그녀는
완전 의표를 찌르는 질문을 했다.
"그럼 싫은 건 아닌 거네?
그지?"
"어?? 그러니까...
그렇게 되긴 하는데
그 세세한 감정이라는 게...
며칠 뒤에 대답해 주면 안 될까?
나 지금 상당히 혼란스럽거든."
그러자마자 그녀는
내 뒷통수를 때리는 발언을 했다.
"뭐야?
왜 혼란스러워?
너 솔직히 알고 있었잖아.
내가 따라다닐 때 눈치 못 챘어?
그리고 말이야
며칠 뒤에 대답해준다는 사람들이
제일 치사해.
지금 당장!
네가 생각하는 걸 말하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어려워??"
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날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니...
그럼 그게 어렵지 안 어렵나?
난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일주일은 넘기지 마.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해줘야 하는 거야."
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정말 이상했다.
어쩜 저렇게 쑥스러움이 없을 수 있지?
물론 난 고백을 많이 받아보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편지를 보내거나
고백해놓고도 매우 허둥지둥되는
여자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우선 그런 애들이 다였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난 사실 눈치는 채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녀와 친구 이상으로 지내는 건 자신 없다.
난 다음 날 저녁,
그녀를 식당으로 불러냈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그 고백?"
의외로 그녀는 서운한 표정이 아니었다.
뭐야 얘는?
내가 더 서운한 걸?
하지만 그래도 안심이었다.
몇 년 친구였는지라
이 일로 못 보게 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안 될 것 같더라구.
너 잘 안 사귀잖아, 아무하고나."
뭐야?
나한테 고백은 왜 한 거야?
꼭 폼이 되면 좋고
안 되도 말고 이런 거잖아?
"왜?
섭섭해?"
깜짝이야...
가끔 의표를 찌른다니까.
"누가 그렇대?
하여간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네가 아무나라는 얘기가 아니야.
넌 좋은 친구이고......"
"이미 무슨 뜻인지 알아.
뭐 너랑 나랑 안 지
그래도 꽤 되지 않았니?
그러니까 그 때 말해도 된다니까.
뭔가 켕기면 말이야,
아니라고 하면 되는 거야.
빙빙 돌리지 말고.
넌 그 버릇 좀 고쳐야 돼."
그녀의 따끔한 말에
난 피식 웃었다.
"너 고백했던 거 맞냐?
너 지금 차인 거라고.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해줘?"
난 괜시리 장난을 쳐본다.
그런데 갑자기
전혀 어울리지 않겠시리
진지한 척이라니......
"인생은 짧은 거야.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거란 말이야.
특히 그게 고백이라면 더 그래.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든
잘못했다고 비는 고백이든...
그냥 하는 거야.
인생 뭐 있냐?"
"갑자기 왜 그러냐, 무섭게?
철학자처럼?"
"끝! 여기까지야.
더 이상의 진지한 척은 없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 때 갑자기 내 심장이 쿵쾅거릴 줄이야...
뭐야...
웃는 게 생각보다 예쁘잖아...
몇 년 동안 그녀를 보면서도
아무 생각도 안 했던 나인데 말이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나고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10월의 어느 날.
그 날은 그녀가 남친이랑 헤어진 날이었다.
내가 좋다고 하더니
한 3주도 안 되어 다른 남친을 사귀더만
차였다고 했다.
술을 먹자고 해서 나갔다.
그녀는 의외로 굉장히 멀쩡해 보였다.
그래서 더 걱정되긴 했지만......
"야, 너 말이야...
괜찮긴 한 거냐?"
"괜찮지.
내가 누군데?
야, 오늘 술 먹고 죽자."
"술 먹고 죽지는 말고."
그러자 그녀가 가볍게 면박을 준다.
"너 가끔 되게 썰렁한 거 아냐?"
하여간 우리 둘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다가
약간 우울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난 그만 마음에 있는 말을 할 뻔 했다.
"야, 차라리..."
그러다 난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왜?? 무슨 말인데?"
이 기집애는 눈치가 없어...
"아니, 그런 게 있어."
"아, 그래?"
하...
김 빠진다.
원래 성격이 저런 건 아는데
왜 더 안 물어보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야, 너 말이야."
"응."
"6개월 전꺼
유효하냐?"
그녀는 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6개월 전에 한 게 한, 두 개냐?"
"너 설마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 잊었냐?"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날 바라보았다.
"잠깐! 설마 그 거??"
"그래, 아마 맞는 것 같다."
"뭐야?
그 때는 싫다며?
찬 건 너다?"
그녀의 말에는 장난끼가 묻어 있었다.
"그렇게 짚어줄 건 없잖아.
그리고 나 장난 아니거든?
유효하냐니까?"
"글쎄...
근데 말이야 너!
고백하는 사람이 뭐 그렇게 당당하냐?"
그 때 네가 고백하던 4월엔,
네가 나보다 더 당당했거든?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근데 데이트 몇 번은 해볼래?
네가 싫은 건 아니야."
"그러지 뭐."
"그러지 뭐라니?
너 지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긴 한 거야?
네가 사귀어 달라는데
내가 허락한 거라구.
고맙습니다 해도 모자를 판이라고.
심지어 6개월 전엔 네가 찼는데?
나처럼 착한 애가 어딨어?"
"아이구, 그렇습니까?"
그리고 나서
난 그녀와 3년 째 사귀고 있으며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고백하고 싶은 사람에게 고백하자.
어느 정도 아는 사이에선
고백에서부터
관계가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니까......
별자리는 별자리일 뿐,
그냥 즐겨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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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재미있네요^^
잘보고가요. 행복한 월요일되세요, 검은괭이님^^
고맙습니다~
월욜...
하 정말 싫네요 ㅠㅠ
주말은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질까요?
님두 행복한 월요일 보내세요^^
열심히 반년째 만나고있습니다. 그러나 ... 너무 안맞아서 진짜 일주일에 한두번꼴로 싸우다보니 지치고 진심 한대 치고픈맘이굴뚝같지만.. 그래도 만나고잇어요 ㅠ_ㅠ
엉엉... 항상 재미있게 눈빼고 기다립니다~ 고생많으세요 ^^
정확히 어떤 면이 확실히 안 맞으세요?
양녀 쪽에서 보는 게 남친은 어떤가요??
슬쩍 비밀글로 남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어요+ㅁ+
저도 저양자리처럼 돌발적이였으면 좋겠네요ㅜㅜ
마음속에는 이미 소리지르고도 남았는데
소심한양자리라...(..)
사람마다 다른 걸요 ㅎ
글구 전 글을 쓸 때 말하자면 캐릭터를 잡고 써야 하기 때문에
평소 별자리보다 좀 더 오버되는 경향이 있을 거예요^^ㅎ
걱정 마세용~
오옷~+_+
좋은 접근법인데요!?
그른가요?
아아 왠지 소설을 아는 블로그 지인분들이 읽으면
얼굴이 화끈화끈해져요 ㅋㅋ
(제 소설 좀 유치하다는 생각에;ㅁ;
하지만 들어오시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구... ☞☜)
비밀댓글입니다
그럼요, 비밀글로 된 건
저만 읽습니다^^
양자리의 용기가 부럽습니다. 저는 매번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업던데. 소심한 성격의 남녀끼리는 가까와 지가가 정말 힘든가봐요 흑흑흑
ㅠㅠ 누굴 좋아하시는지 모르지만 힘내세요 ㅠ
홧팅입니닷!
양녀 매력이 돋보이는 글 ㅎ
재밌어요 ㅋㅋㅋ
ㅋㅋㅋ 고맙습니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양자리와 게자리의
러브스토리란 말인가 ㅠㅠ ㅋㅋㅋ 제가 불자리들을 좋아하고 특히 양자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너무x100 재밌게 읽었어요 ㅠㅠㅠ 괭이님 진짜 사..사..좋아합니다!! 종종 양자리와 게자리 러브스토리 써주시와요~~ ㅎㅎ ^ ^
ㅎㅎ 고맙습니다^^
사실 요즈음 소설을 쓰면서
혹시 넘 유치하거나 했던 내용을
계속 돌려 쓰는 건 아닌가 싶어
신경이 많이 쓰이고 있거든요 ㅎ
양과 게 이야기 앞으로도 써보겠습니다^^
유치하지도 그내용이 그내용같다는느낌도 전혀없으니까 걱정마세요~ ^ ^ 근데 매번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게 쓰시는거에요? 것도 재밌게요 ㅠㅠ 아 괭이님 글들 다 너무 재밌고좋아요! ㅠㅠㅠ
격려 정말 고마워용 ㅠㅠ ㅎㅎ
앞으루두 열심히 쓰겠습니다^^
헉 ㅋㅋㅋㅋ 저 양인데요....이거 완전 제 얘기여서 ㅋㅋㅋㅋㅋ 헉 검은괭이님!!! 혹시 절 보셨나요?ㅋㅋㅋ 대놓고 고백하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차여도 발랄하고 ㅋㅋㅋㅋ게다가 6개월 후에 그 남자가 다시 저한테 고백하고 ㅋㅋㅋㅋ
양들은 좀 비슷한가봐요 ㅋㅋㅋ
ㅋㅋㅋㅋ 제가! 양입니다!
우리가 양이예요! 그죠??+ㅁ+
(응??)
헉 완전 저랑 똑같은 양녀 ㅋㅋㅋ 검은괭이2님 블로그 발견해서 처음 본 글인데
너무 저랑 잘 맞아요 신기해요 ㅎㅎ 앞으로도 자주 올게요! 재미있는 글 고맙습니다 ^^
제생각에님은..책을쓰시는게어떨까요?
간결하고도재밌는문체!재밌어!ㅋㅋㄱㄱㄱㄱ
평소제가친구들한테쓰는말투ㅋㄱㄱㄱ
애들이고민하면항상근본적인좋아싫어해말어?
묻거든여글고마즈면걍하랴그ㅋㄱㅋ
우와 정말 딱 봐도 게와 양이네요 미적미적밍기적 화르르르르~~
"인생은 한번뿐이다."에 정말 공감이에요. 저도 죽기 전에 할건 다하고 죽자라는 소원(?)이 있어요.